노란 소쿠리 안 쑥지짐이. 지금은 많이 연로해져 손녀 이름도 어렴풋하시지만 할머니가 좀 더 건강하셨을 때, 할머니 댁에 놀러가면 항상 노란 소쿠리 가득 제철 나물로 만든 지짐이를 내주시곤 하셨다. 입이 짧아 나물은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쑥 지짐이만큼은 예외였다. 손녀도, 할머니도 무뚝뚝했다. 많은 말이 오가진 않았지만 지짐이는 할머니의 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.
▲거실 거실 벽면에 낸 개구부는 목재로 프레임을 넣어 서재의 풍경을 재미있게 담아내며, 서재 창과 일직선상에 있어 개방감을 연출한다.
개포동에 위치한 박정은씨의 집은 시골 할머니 집을 연상케한다. 체리목과 격자무늬패턴 마루, 엔틱한 소품까지. 블랙&화이트, 대리석 등의 모던한 집과는 사뭇 다른 정서를 보여준다. 자칫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이곳에선 목가적인 분위기로 공간을 채운다.
▲주방 기존 주방에 냉장고 박스를 만들면서 작아진 싱크대는 ㄱ자 모양으로 확장시켰다. 이로 인해 서로 맞닿게 된 방의 한쪽 벽면을 ㄱ자 모양으로 제거해 통로를 확보했다
부부의 출퇴근 거리와 아이의 육아를 위해 친정이 가까운 개포동으로 이사했다. 부부가 24년이나 된 이 빌라를 처음 마주했을 땐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. 너무나 작은 욕실에, 외부로 난 창이 있는 방은 침실 하나뿐, 심지어 북향이라 어두컴컴하기까지. 박정은씨는 집을 공사하기에 앞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항을 정했다. 우선 순위가 있어야 비용산정 시 과감히 버려야 할 부분을 잘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.
▲다이닝룸 겸 서재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엔틱한 공간에 키치한 소품이 어우러져 있다.
그녀가 선택한 것은 천장과 문.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. 단 15cm라도 높아진다면 뜯겠다고 다짐했지만 안방조명을 뜯어 드러난 것은 1.5m의 어마어마한 공간. 그녀의 발견으로 지금의 공간은 이전 공간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공간으로 거듭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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